12.1.8 Workbench/daily reading2012/01/12 15:15
1. 2년뒤
2. 능력껏
3.얼마큼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어느새 가을의 하늘. 뭉게뭉게 구름들과 푸른 하늘, 코끝을 살짝 시리게 만들며 지나가는 알싸한 바람.
이 모든 것들이 갑자기 시작된 9월의 중순, 가을 초입. 이 무렵의 계절은 늘 나를 성찰모드로 만든다. 성찰이라는 거대한 언어를 쓰기엔 좀
부끄럽지만, 아무튼 그렇다.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사색하고 그리하여 결국 지금의 나를 깊게 들여다보기에 좋은 시기. 늘 변함없이 와 주는 계절은 가끔은 가혹하고 하여 가끔은 고맙다.
지난 봄 그리고 여름. 잠을 쪼개가면서 두근두근대는 심장박동에 발맞추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초고를 시작할 때의 마음이란, 두려움과 설렘이
반반씩 잘 조합되어 나를 세상에게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유일한 것이어서 중독을 피할 수 없다. 초고를 시작할 때의 마음은 세상의 절반은
내것 같고 또 세상의 절반은 넘의 것 같다. 희망을 반, 절망을 반으로 탄생한 아수라백작이 되어 관객도 없는 허공에서 혼자 줄타기를 하는 심정이랄까.
떨어져도 뭐라 타박하는 사람 없고, 한줄 위에서 점프를 해대도 뭐라 박수쳐 댈 사람도 없는데도 혼자인 마음은 미친년 널 뛰는 듯 타박과 박수의 극과 극을 오간다. 하지만 그 미친년 널뛰는 마음이 좋아서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평소 느껴보지 못하는 두려움, 설렘, 긴장, 우울, 낙관, 체념,
자학, 비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둘째치고 만들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라는 것에 자뻑되어 있는 희열. 감사. 떨림.....
초고의 삼분의 이를 겨우 넘겼을 때쯤, 여름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었다. 피서를 포기한 애엄마는 신경이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었느나 그게
더위 탓인줄 알았고, 낮에는 야외수영장을 전전하며 찬물에 몸을 담가 진정을 유도했으나 밤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뜨거운 고슴도치가 되었다.
아이는 엄마가 밤마다 뜨거운 고슴도치가 되는줄 알게 뭐냐는 듯 잘 먹고 잘 자고 잘 자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위안을 엄마에게 주었으나
간혹 남편은 만화와 만두를 즐기며 눈치 없이 깨어 있다가 뜨거운 고슴도치의 가시에 찔려 애궂은 상처만 획득하기도 했다. 그래도 무던히
잘 참아주었다. 8월이 거의 끝날 무렵, 뜨거운 고슴도치는 깨달았다. 밤마다 자꾸 자꾸 이렇게 변신하게 되는 이유는, 가시가 자라고 몸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글쓰기' 때문이 아니라 '쓰고 싶은 글을 써내고 있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공부할 시간이 필요했다. 가진 것만으로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재밌게 써내지 못한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이야기는 쓰고 싶고, 공부는 하기 싫다. 그러나 어쩌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면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진실, 불편한 진실을 이미 알아버렸는걸. 사실 무엇을 보충해야 할 지 보이지 않는 게 문제지, 보이는 게 문제는 아니다, 라고 긍정적 마무리.
뜨거운 고슴도치는 하룻밤만에 인간으로 돌아갔다. 밤이 되어도 인간으로 남아 앞뒤를 살펴보고, 보완점을 생각하고, 숨을 골랐다. 완주의 시간을 스스로
정했기에 더욱 지키고 싶었으나, 지켜내지 못했다는 아픔보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목도하고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용기가 있음에
하여 사실 완주의 시간을 늘려도 뭐라 할 사람없는 상황에(마감에 관심있는 건 세상에 나 하나뿐인 게 마냥 좋은 건만은 아님에도) 감사했다.
그리고 불현듯, 가을이 다가왔다.
서늘하다.
*맛탱가리 간 노트북으로 전전하다 급 맥북을 질러놓고 그런대로 글쓰기에 적응하고 있는 중. 블로그도 맥으로 도전해보고 있다. 사진편집 맘대로 안되는 건 윈이나 마찬가질세, 쳇.